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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by 정세랑] 줄거리 / 후기 / 책 추천 사유

by 삐삐's 202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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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는 도심 속 수많은 사람들.

 

알고 보니, 엄마였고

알고 보니, 친구의 친구는 나의 지인이었고

알고 보니, 지나가다 스친 사람은 어릴 적 떠나보낸 인연이었다.

 

 지금 '우연한' 도시를 살아가는 50명의 '주인공'들이 있다.

가벼워 보이지만, 우연을 이름으로 끈끈해질 수 있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서로 간의 만남이 여기에 있다.

 

후기

 

 일상적으로 사람들은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직장을 겪으며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인간관계 이룬다.

「94p. 그런 이유로 수술마다 환자의 자세를 이해하고 신경이 눌리기 쉬운 곳에 스펀지를 꼼꼼히 받쳐주는 것도 마취과의 일이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걸 소홀히 하면 한 사람이 평생 신경통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113p. 응급의학과에서는 매번 고마워한다. 대개는 사소한 도움이지만 몇 번은 정말 위험한 환자를 간발의 차로 구하기도 했다.」

 스포츠를 할 때, 특정 분야에 기량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A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A라는 사람만으로 구성된 팀이 과연 리그나 경기에서 우승을 할 수 있을까? 가령 11명의 메시로 구성된 팀을 최고의 팀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눈앞의 기록상 경이롭고, 특이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약점과 단점에 취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성공적인 기록이 영속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살다 보면 뉴스나 신문을 통해 훌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그리고는 꼭 그런 사람처럼 돈을 잘 벌거나, 지식을 쌓거나, 능력을 가질 것을 마치 세상만사의 중요한 해답인 것처럼 의도한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그들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손이 닿은 부분은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월등히 적었다. 사람마다 가정환경, 성장배경, 본인의 성취도, 욕심, 가치관 모두가 같을 수 없었고 그로부터 사람들은 더욱 다양해져 갔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다양성으로 인해 사회는 세심함이 더해져 갈 수 있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해갈 수 있었고, 그로써 나에게는 작은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 소중한 은혜로 다가갈 수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안전법들이 유가족들이 만든 거’(274p)라는 말처럼 세상은 거대한 무언가보다 작은 영역에서부터 꼼꼼하게 채워져 갔다.

 누군가는 사소하게 여겼을 영역이 한 사람의 인생을 차지할 무언가가 될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는 중요했을 사건이 저 먼 외국 친구에게는 그저 다른 나라의 일이라 느껴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원래 그랬던 것’은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직접 이불을 개고, 빨래를 말리고, 창틀의 먼지를 닦아내야 하는 일처럼 누군가에게 가볍고 쉬운 일일지라도 사람의 손이 닿기 마련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일’이 밝을 수 있었고 어제보다 나은 지금을 꿈꿀 수 있었다.

 그것이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한 이유였고 다양한 사람들을 돌아봐야 할 필요성이자 우리 모두가 오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유였다.

 

책 추천 사유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도 수십, 수천 개의 인연을 스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나와 출근, 등교를 하면서부터 지하철을 타거나 운전을 해가며 도로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 일을 하며 새롭게 알게 된 또 다른 인연들과 같이 말입니다. 모두를 알 수는 없지만, 우연히 인연이 되었을 때, 생각보다는 가까운 곳에 자리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인연은 누군가에게는 연인, 누군가에게는 은인, 누군가에게는 영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시트콤, 드라마, 시나리오가 있는 작품의 경우라면, 그처럼 주인공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풀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적은 관계와 인연을 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 도심을 살아가는 50여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서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이자, 그리고 그렇기에 현실적인 개연성이 생겨난 따뜻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피프티 피플
정세랑의 장편소설 『피프티 피플』.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창비 블로그에서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또는 단단하게 연결된 5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50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 속에서 병원 안팎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처한 곤경과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사고들,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이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의사와 환자로, 환자의 가족으로, 가족의 친구로 긴밀하고 짜임새 있기도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50명의 인물들이 서로를 마주치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그려냈다. 꼼꼼한 취재와 자문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보안요원, 이송기사, 임상시험 책임자, 공중보건의 등의 사연과 함께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으로 찾아드는 환자들의 사연까지 더해 입체적이고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 가진 고민은 현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과 멀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의 사연, 성소수자의 사연, 층간소음 문제,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 씽크홀 추락사고, 대형 화물차 사고 위험 등 2016년의 한국 사회를 생생하게 담아냈고, 특유의 섬세함과 다정함으로 50명의 주인공들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아주며 그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같이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
정세랑
출판
창비
출판일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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