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딸 미즈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혼을 미루고 별거 생활 중인 아빠 가즈마사가 있다. IT 기업 하리마 테크를 운영하며 뇌와 신체 과학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가즈마사에게 연락이 하나 들려온다. 어느 날 딸이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급하게 찾은 병원에서 넋이 나가있는 듯한 아내 가오루코를 뒤로 하고, 가즈마사는 딸의 상태가 응급실로 실려왔을 때보다 안 좋아지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의사는 사실상 뇌사 판정을 하고, 조심히 장기기증 의사를 묻는다. 억겁의 시간 같은 하루의 상의 끝에, 가오루코와 가즈마사는 딸을 보내주고자 온 가족들과 함께 병실을 찾고, 부부는 미즈호를 마주한다. 그 순간 그들은 동시에 미즈호의 손이 움찔하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
그 즉시 가즈마사는 딸의 장기기증 의사를 거부한 채, 의사,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여 미즈호를 집으로 데려간다. 그렇게 부부는 이혼 결정을 돌린 채, 딸을 돌보기로 한다. 한편 가즈마사는 자신의 회사에서 연구 중인 경추가 손상되어도 몸을 가눌 수 있도록 돕는 뇌과학 실험 성과를 딸을 구하는데 이용하고자, 연구를 빌미로 자신의 딸에게 해당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개발자인 호시노를 집으로 보낸다.
호시노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을 마친 미즈호는 자기 자극 장치를 통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3자에 의해 인공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가즈마사는 점차 가즈마사는 미즈호의 회복에 대한 희망을 얻지만, 여전히 스스로는 미동하지 못하는 미즈호를 애써 부정하며 그 희망은 점점 광적인 집착으로 변해간다.
후기
생존과 죽음의 문제 속, '살아있다'는 표현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심장이 뛰고 사지가 멀쩡한데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상태라거나, 그리고 그 상태의 연속으로 더 이상 치료가 불가할 때에 대해 우리는 단순히 '죽어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닥치면, 혹은 행방불명이 된 상황을 마주하면, 제삼자로의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은 태어나고, 성장하고, 자라며 많은 우여곡절과 함께 성인이 된다. 세상에 치이고, 괴로움을 이겨내며 치열하게 하루를 버티고, 고진감래 속 찬란한 꿈을 꾸며 하루를 이겨낸다. 치열하고 황홀한 경험이지만, 시간 앞에 그 끝은 조금은 외로울 아픔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끝은 남루하고 아쉬움으로만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힘들고, 행복할 수 있던 건 그 상황이 힘들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 줄 사람 간의 교류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우리가 조금 더 찬란할 수 있던 것은 그 찬란함을 알아줄 시선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은 누군가를 통해 기억된다. 그리고 그 기억으로부터 사람 간의 마음이 전이된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소중했을 그 사람을 계속해서 기리고 기억하곤 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조금 더 함께하고자, 의식불명인 사람을 쉽게 놓지 못한다. 그 사람이 소중했던 만큼, 더 함께할 기억을 남기고 싶고, 그에 따라 깨어날 희망을 간직하고 싶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훗날 이별의 시간이 올지라도 그와의 좋았던 기억을 더 선명히 간직하며, 그를 조금씩 놓아주려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분법적으로 삶과 죽음을 나눌 수는 없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어느 쪽이건 온전치 않다면 더더욱 판단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사의 결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그 사실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에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는 힘든 그 시점을 죽어가고 있는 상태라거나 회복되고 있는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다만 3자의 입장에서 그 과정은 최선을 다해 그 사람과의 기억을 나누는 시간이며 그 사람과 헤어지는 시간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끝이 3자가 받아들일 생사의 영역일지 모른다. 그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며 기억을 새기며 가능성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책 추천 사유
어쩌면 딜레마의 한 갈래처럼, 언젠가 토론한 안락사의 주제가 떠올랐습니다. 끝끝내 오늘날까지도 정답이 내려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분법적인 정답보다는, 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단순히 갖고 있던 이성적인 논의들을 배경에 두고, 소설 속 인물의 일부가 되어 그들에게 이입하며 딜레마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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