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더스트로 인해 세계가 멸망한 지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여기, 더스트로 인해 망가진 세상 속 다시 뻗어나가는 생명력을 지닌 식물들을 연구하는 더스트생태연구센터 식물생태학자 아영이 있다. 어느 날 아영은 폐허가 된 도시에서 덩굴 식물 모스바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도시를 뒤덮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심지어 목격자들로부터 모스바나에서 알 수 없는 푸른빛까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흉흉해진 세상 속, 멸망의 악몽이 잊히기도 전에 또다시 이상한 괴이한 소식들로부터 걱정하던 것도 잠시, 아영은 어린 시절 이웃이었던 이희수의 정원에서 본 풍경을 떠올린다. 정원을 뒤덮고 있던 덩굴 식물들, 그리고 밤중에 푸르게 떠오르는 빛들. 그때의 기억과 지금의 이 사건, 과연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한편 모스바나를 채집하여 분석하던 중, 어느 곳에서도 무한히 성장하는 덩굴식물이라거나 푸른빛이 나는 덩굴식물이라는 키워드를 찾을 수 없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 해당 식물을 본 적 있는지 문의한다. 이곳에서 익명의 신고자가 더스트 시대에 모스바나를 약초로 활용했던 '랑가노의 마녀들'에 대한 단서를 듣게 되고, 이를 확인하고자 '랑가노의 마녀들'이라 불린 아마라, 나오미 자매를 찾는다. 그렇게 만난 나오미로부터 더스트 시대 속 생존 이야기부터 기적 같은 더스트 대피처와 그 속의 더욱 신비로운 온실의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리뷰
뿌연 칠흑 같은 더스트로 망가져버린 세상 속, 살아남은 이들은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더스트를 피하고자 돔을 만들었지만, 그 돔으로 들어가지 못한 약자들은 더스트 앞에 무력하게 죽어갔다. 돈이 많거나 다른 사람보다 힘이 세거나 다른 사람들 속였거나, 필사적으로 더스트를 피했던 사람들은 돔 안에서 생존해 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돔 안에서의 생활이 안락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었고 그 안에서 역시 생존을 위해 조금 더 돈이 많고, 힘이 세고, 조금 더 악랄해야 했다.
그렇게 치열한 생존 사투 끝에 당시의 인류는 더스트를 지나게 됐고,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몰랐던 멸망의 시나리오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그 치열했던 인류의 기억 속 잊힌 역사가 하나 있었으니, 프림 빌리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곳에는 역사에 잊혔으나, 누군가의 마음속에 기억된 작은 희망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내성종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쫓기며 실험당하고 희생된 아마라와 나오미 자매. 계속해서 도망쳤으나 돔 시티의 사람들의 추적은 계속 됐고 모든 걸 포기하려 내려놓은 죽음의 문턱을 넘으려는 순간 그들의 앞에 나타난 건 프롬 빌리지였다. 종말의 세상 속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세상, 그들은 그곳에서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 그곳은 쫓긴 삶에서 만큼은 정착할 수 있는 장소였다.
더스트가 세상을 뒤덮고, 그 시초의 관련자이자 목격자였던 식물학자 레이첼과 정비사 지수의 만남 역시 다르지 않았다. 종말과 함께 자신을 던져버리려던 그들 각각에게 우연히 프림 빌리지라는 둥지에서의 만남은 서로를 종말 속에 던지기 전, 서로를 지탱해 주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프림빌리지를 구 점으로, 세상과 사람들에게도 그 의미는 유사했다. 더스트라는 종말 속에서 멸망 앞에 무릎을 꿇던 중, 세상은 아무도 모르게 회복되어 갔고, 더스트의 흔적은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랑가노의 마녀들을 지켜주고, 레이첼과 지수가 서로를 알아보게 하며, 더스트의 세상 속 인류보다 먼저 발 빨리 희망이 되어주던 작은 모스바나가 있었다. 더스트로 뒤덮인 세상 끝, 작은 온실로써 사람을 지키고 세상을 반전시킨 식물이 말이다.
더스트 속 모든 동식물은 힘을 잃어갔고, 지구 끝 작은 온실 속 모스바나는 세상을 뒤덮은 더스트에 비해 미약했다. 하지만 허망한 세상 속 모스바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었다. 위기의 세상 속 강인한 생명력으로 사람과 관계와 희망을 지켜주었다.
아영의 세상 속 더스트는 잠잠해졌다. 하지만 물리는 공포처럼, 더스트의 두려움은 만연했다. 그리고 더스트의 밤은 종식됐지만 모두에게 제2, 제3의 더스트와의 만남 또한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 그 끝에 찾게 된 랑가노의 마녀들, 그리고 레이첼과의 만남은 잊혀졌던 기억의 해명이자 뿌리가 될 수 있었다. 언젠가 모스바나가 최초로 누군가에게 등불이 되었던 것처럼.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위한 온실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책 추천 사유
세상이 멸망했다는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우리는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지구가 물에 잠기거나 행성이 충돌하는 것보다, 어쩌면 과학적 실험의 오류로 바이러스가 퍼지듯 더스트라는 위험의 소재는 어쩐지 요즘 세상에 더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러한 막연한 세상 속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오히려 어떤 바람을 하는 게 이상한 상상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 가슴 한켠 속에서도 남아있는 따스함이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감정일 수도 있고, 생존하고자 종말 속에서 작은 등불을 찾고자 하는 모습일 수도 있고. 그러한 마음속 온실 한켠은 나아가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생명력을 꿈꾸게 하는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 상상 속 세상을 잠시나마 체험해 보고, 감정의 벅차오름을 나눠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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